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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그가 사는법

물놀이 가자는 소식이다. 이사벨라 레이크 근처 컨 리버에서 튜빙이란다. 우선 세 시간 정도 드라이브다. 카풀을 원하면 맞춰 줄 테니 이름을 올리라는 문구도 있다. ‘Meet Up’이라는 취미 활동 사이트에서 하고 싶은 활동 제목을 선택하고, 회비를 내고 자세한 정보를 받아 참가하면 된다. 어릴 때 한강에서 튜브를 타고 물놀이 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등록을 했다.     컨 리버를 끼고 가는 길이 꼬불꼬불 협곡으로 이어지는 절경이다. 한순간도 도로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커브가 신경질적이다. 살살 달래며 좌로 틀고, 어르며 우로 틀고, 핸들의 호흡이 가빠진다. 마음에 평안을 주는 임영웅 가수의 노래를 계속 듣는다. 혼자 하는 장거리 운전이 이렇게까지 편하고 즐거울 수가.   신나는 기분이 이어지며 캠프장에 도착해 낯선 회원들과 눈인사를 나눈다. 허걱. 나 잘못 왔나? 잠깐 내 나이를 잊었던 모양이다. 눈에 들어오는 손자뻘 될 듯한 앳된 아이들 모습에 가슴을 스치는 희열. 아름다운 젊음이다. 맞아. 내가 너희들 나이 때는 먹고 사는 일에 치여 살았거든. 체력도 지금처럼 믿음직스럽지도 못했지. 한번 같이 놀아볼까나.   바다에서 수상스키도 탔던 체력인데 이깟 튜빙이야 껌이지. 강물에 파도도 없으니 오히려 짜릿한 재미는 기대할 수 없다. 바람 넣은 준비된 튜브를 배급받고 40여 명이 차례로 튜브를 띄운다. 왁자지껄 젊음의 향연이 두 시간 남짓 강물 따라 힘차게 흐른다.   주최자 데이빗의 준비성에 놀랐다. 40여개 튜브를 혼자 처리한다. 바람 넣고 회원의 주문에 따라 크고 작은 튜브를 건넨다. 도우미가 없다. 전문적으로 튜브를 빌려주는 가게가 있는 줄 예상했는데 아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40명분 캠핑 2박 3일 동안의 아침, 점심, 물까지 공급한다. 태양열을 이용한 더운물 샤워까지 오롯이 혼자 담당한다. 물놀이 후 튜브 정리하고 물통들 챙겨 차에 싣고 속도감 없이 차분하게 일에 빠진 무아지경이다.   회원들은 자유식 디너로 삼삼오오 취향대로 레스토랑 행이다. 안쓰러운 마음에 저녁이라도 먹이려고 기다렸다. 극구 사양하며 혼자 남아 정리하겠단다.     생각이 많아진다. 삶을 꾸리는 자세가 존경스럽다. 준비하고, 행하고, 뒷정리까지 며칠을 통해 손에 쥐는 수입이 얼마나 될까. 결코 큰 숫자가 아니다. 항상 온화한 미소로 느긋하지만 제 할 일을 진행한다. 예정된 시간이 늦어지는 실수투성이지만 아무도 불평을 안 한다.     이와 같은 데이빗이 가득 채워진 지구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더불어 나의 삶을 살짝 돌아본다. 내게 주어진 앞 생애를 어떻게 꾸며 갈 것인지 깊은 생각에 젖는다.     여지껏 그래왔듯이 별 뾰족한 계획이 없다. 그냥 하늘에 맡긴다. 때로는 생각이 닿지 않아 미처 올리지 못한 기도여도, 내게 꼭 필요한 것이라면, 어김없이 베풀어 주시는 내 하늘 아버지께 통째로 맡긴다. 그리곤 그가 하듯 차분하게 내 몫을 감당할 것이다. 노기제 / 통관사

20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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